제주의 정낭은 집의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이자,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상태를 조용히 전하는 소통의 방식이었습니다. 정낭을 어떻게 걸어두느냐에 따라 집에 사람이 있는지,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혹은 멀리 나가 있는지를 서로에게 알렸습니다.
김창옥은 이러한 정낭의 원리를 ‘마음의 공간’에 빗대어 이야기해 왔습니다. 사람의 마음에도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있는가 하면, 잠시 멈추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이는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고, 그에 필요한 거리와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태도를 떠올리게 합니다. 때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잠시 멈추고,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하나의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